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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스트코 됐는데

빅마켓은 안 된 이유

유료회원제의 경제학

미국 유통업체인 코스트코는 1994년 국내 진출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조원을 넘어섰고, 회원 수는 200만명에 이른다. 회원이 되려면 연 3만8500원을 내야 함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반면 코스트코처럼 유료회원제를 고집했던 빅마켓은 실적 부진에 시달린 끝에 ‘개방형’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코스트코와 달리 유료회원제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랐던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스트코와 빅마켓을 통해 유료회원제의 경제학을 풀어봤다. 

기획·취재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제작=영상제작소 Video B

 [사진=연합뉴스]

# 사례1 빅마켓의 고전 

롯데쇼핑의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이 유료회원제를 폐지했다. 6월 1일부턴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빅마켓을 이용할 수 있다. 2012년 1호점을 론칭한 빅마켓은 코스트코를 표방해 회원제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았던 탓일까.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해 사업 초기 두자릿수였던 매출 신장률이 2017년 이후 한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2014년 5호점 이후엔 추가 매장도 오픈하지 못했다. 연회비(3만5000원)로 운영한 것이 집객集客에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가 잇따른 이유다. 빅마켓 관계자는 “더 많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효율적이란 판단으로 유료회원제를 개방형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빅마켓이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해 회원제로 운영했지만 가격경쟁력이 받쳐주지 못했다”면서 “글로벌 소싱 상품의 경쟁력도 한참 밀렸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코스트코의 또다른 후발주자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상황은 어떨까. 빅마켓처럼 고전하고 있을까. 

 [사진=뉴시스]

# 사례2 트레이더스의 선전

 

2010년 첫선을 보인 트레이더스는 현재 전국에 1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5년 매출도 꾸준히 두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2016년엔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엔 2조원을 넘어섰다(2조3371억원). 이마트 전체 매출액이 1.7% 역신장하고, 이마트 캐시카우인 할인점 신장률이 3.1%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그렇다면 코스트코처럼 창고형 할인점을 표방했던 빅마켓과 트레이더스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회원제’에 있다. 

2010년 경기도 용인에 1호점(구성점)을 론칭한 트레이더스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와 달리 비회원제로 시작했다. 반면 2년 후 첫 매장을 연 롯데 빅마켓은 연회비 3만5000원의 회원제를 고집했다. [※ 참고: 2018년엔 홈플러스가 대형마트에 창고형 할인점의 포맷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매장 홈플러스 스페셜을 선보이며 대형마트 빅3가 모두 창고형 할인점을 운영하는 시대가 열렸다. 홈플러스는 기존의 대형마트를 리뉴얼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 기사에서 제외했다.]


회원제는 소비자가 연회비를 내고 할인을 더 받는 방식이다. 소비자에게 연회비를 받기 때문에 고정고객을 확보할 순 있지만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약점이 있다. 빅마켓은 바로 여기에 발목이 잡혔다. 트레이더스가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비회원제를 고집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4월 트레이더스도 ‘트레이더스 클럽’이란 회원제를 도입했지만 이 역시 무료회원제다. 이마트 앱을 통해 트레이더스 멤버십을 설정하면 특정상품에 별도 할인 혜택이 붙는 구조다. 연회비를 내는 회원제와 다른 방식이지만 재방문과 재구매율을 높여 우수고객을 ‘록인(Lock-in)’하겠다는 의미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담당은 “유통업 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충성고객을 늘리기 위해 전용 멤버십을 오픈했다”면서 “우수고객이 실질적인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회원제를 고집한 빅마켓은 실패하고, 그렇지 않은 트레이더스는 성공했다면 연회비만 3만8500원에 이르는 코스트코는 어떻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냐”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 한국에 상륙한 코스트코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회원 수는 200만명에 이른다. 매출도 고공행진이다.

지난해 매출(회계연도 2018년 9월 1일~2019년 8월 31일)은 4조원을 넘었다. 분기당 평균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양재점은 전세계 코스트코 매장 중 매출이 가장 많은 곳이다. 코스트코 창업주인 짐 세네갈 전 회장이 “한국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을 정도다. 

무엇이 코스트코를 이토록 견고하게 만들었을까.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코스트코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국내 창고형 할인점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코스트코의 경쟁력을 하나씩 꼽았다.

 [사진=연합뉴스]

첫번째는 가격경쟁력이다. 앞서 언급했듯 유료회원제의 전제는 값싼 가격이다. 소비자에게 연회비를 받는 대신 마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글로벌 유통망을 갖고 있는 코스트코는 국내 창고형 할인점들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코스트코가 품질 좋고 가격이 저렴한 PB상품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두번째는 ‘코스트코에 가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는 거다. 안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코스트코는 상품이 자주 바뀐다. 소비자 입장에선 ‘오늘은 어떤 신제품이 나왔나’ 궁금해서 매장을 방문한다. 1년 내내 같은 자리에 같은 상품이 있다면 굳이 오프라인 매장에 갈 이유가 없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그만이다.” 코스트코의 잦은 상품 회전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매장 유입을 유도한다는 거다. 국내 창고형 할인점들은 그게 불가능할까. 안 교수는 “새로운 걸 취하기 위해선 다른 걸 버려야 하는데, 납품업자와 단위별로 계약을 맺는 국내 유통구조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세번째는 ‘반드시 코스트코여야 할 이유’다. 코스트코엔 코스트코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이 있다. 코스트코의 PB상품인 커클랜드가 대표적이다. 커클랜드는 주스·쿠키·견과류·가정용품·가정용 기기·의류·세제 등 전 품목을 망라한다. 시즌별로 출시되는 유니크한 아이템 역시 소비자들이 코스트코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안 교수는 “코스트코엔 미국의 코스트코를 가나 한국의 코스트코를 가나 공통상품들이 있다”며 “미국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그리워할 만한 상품들도 많아 그걸 경험하기 위해서 코스트코에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저가도 아니고, 상품경쟁력도 없다면 소비자가 선택할 까닭이 사라진다. 똑같은 유료회원제를 채택한 코스트코와 빅마켓의 상황이 극과 극으로 벌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창고형 할인점이 가야할 길 또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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