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BRT

이상과 허상

버스는 지하철보다 느리다. 반박하기 어려운 명제다. 중앙에 전용차로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승객이 몰려 버스끼리 서로 달라붙다가 적색신호에 걸리기 일쑤다. 정류장 간격이 촘촘하고 버스 숫자가 원체 많으니 전용차로 안에서도 정체가 발생한다. 이렇다보니 내가 원하는 버스가 언제 올지, 그걸 타더라도 언제 목적지에 도착할지도 들쭉날쭉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이런 버스와 전용차로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라는 테두리에 속해있다. 버스를 타이어 달린 지하철처럼 만들자는 게 BRT 구상인데, 전용차로는 아주 기초적인 단계다. 거꾸로 말해, 이 수준을 향상하면 진짜 지하철 같은 버스가 다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의 일환으로 ‘지하철 같은 버스’가 지목됐다. 기존 국내 BRT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슈퍼 BRT’다.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졌고, 시범지역도 선정됐다. 막대한 비용 때문에 탈이 끊이질 않는 고속철, 지하철보다 훨씬 수월하게 개통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거란 지적도 나온다. 도로 한가운데 전용차로를 내주고, 시설 몇개를 더 짓고는 신도시 교통대책의 면피성 사업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정부가 구상 중인 슈퍼 BRT의 속내를 파헤쳐봤다. 

글=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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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망. 신도시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서울에 닿을 수 있느냐다. 애초 신도시를 구축하는 이유도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래서인지 2018년 말에 드러난 정부의 3기 신도시 계획은 교통대책과 함께 발표됐다. 개발 방향은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다.

그럼에도 3기 신도시 교통망 구축플랜은 숱한 의구심을 받고 있다. 광역교통망 구축사업이 늦어지면서 서울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 2기 신도시의 나쁜 선례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쩌면 당연한 의구심일지 모른다. 지하철ㆍ고속철 등을 뚫는 데는 막대한 시간이 필요해서다. 예산을 둘러싼 갈등을 빚을 공산도 크다.

교통망 구축에 드는 비용을 국가ㆍ지자체ㆍ사업시행자 등이 나눠서 부담해야 하는 탓에 다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다. ‘교통 퍼스트’를 외치는 3기 신도시가 정부 생각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흥미로운 운송수단 BRT = 그런데 이번 3기 신도시 교통대책엔 이런 논란들을 비껴갈 흥미로운 운송수단이 포함됐다. 무엇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공사비도 저렴해 갈등요소가 적다. 주인공은 바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다. 

쉽게 말해 버스를 ‘도로 위 지하철’로 만들어 막힘없이 다니게 하는 교통 시스템이다. 국내에도 시범사례가 있다. 세종시 BRT는 교차로에서 버스가 정차하지 않고 우선통행할 수 있도록 신호처리를 조작해 운영 중이다.

낯선 시스템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2004년에 도입돼 친숙한 서울시의 ‘버스전용차로’도 바로 BRT의 핵심요소다.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도 버스는 파란색 전용차선 안에선 비교적 자유롭게 도로를 누빌 수 있다. 서울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버스전용차로를 운영 중인 도시는 청라, 부산, 대전 등 24개가 있다.

하지만 BRT가 긍정적인 평가만 받고 있는 건 아니다. “전용차로에서도 정체가 수시로 발생하지 않는가”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시의 ‘버스전용차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교차로 신호대기와 승하차 시간 때문에 버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막힘없이 승객이 타고 내리고 다음 역까지 이동하는 지하철의 편의성과 정시성에는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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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교통지옥 어쩌나

이 때문인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지난 1월 좀 더 촘촘한 ‘슈퍼 BRT 표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새로 구축되는 BRT는 전용주행차로, 정류장 시설, 차량 운영 시스템 등 5개 분야의 16개 세부요소를 충족해야 한다. 이렇게만 하면 진짜 지하철처럼 정류장에서만 정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BRT 앞에 ‘슈퍼(S)’가 붙었다. 

대광위 관계자는 “국민들이 지금껏 누렸던 BRT는 제대로 된 BRT가 아니었다”면서 “글로벌 수준과 견줘도 흡족할 만한 최고급 시스템을 구축해 속도와 정시성을 대폭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쿠리치바와 BRT의 역사 = 정부의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선 BRT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 시스템의 역사는 깊다. 브라질의 대도시 쿠리치바가 1974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성공적으로 모델을 안착시킨 게 화제가 됐다. 쿠리치바는 이미 1990년대에 ‘버스전용차로’ ‘급행버스 체계’ ‘원통형 정류장’ ‘정류장 요금 지불 시스템’ 등을 구축해 지하철 같은 버스를 실현했고, 덕분에 고질적인 도시교통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감명 받은 172개 도시들이 현재 BRT를 운영 중에 있다.

이런 도시들은 버스전용차로를 구축하는 데만 목매지 않았다. ‘수평승하차’ ‘신호체계 개선’ ‘정류장 요금 지불 시스템’ ‘환승시설 설치’ ‘자전거 이용 환경 개선’ ‘차별화된 브랜드 구축’ ‘정류장 추월 차로’ 등을 도시 상황에 맞춰 적절히 배치했다. 모두 승ㆍ하차 시간을 단축하고 버스의 통행속도를 끌어올리는 인프라다.

[※ 참고 : 국제교통개발정책연구원(ITDP)에선 이를 기준으로 BRT의 수준을 평가한다. ‘골드’ ‘실버’ ‘브론즈’ ‘베이직’ 순서인데, 우리가 익히 아는 서울의 경우는 가장 낮은 단계인 ‘베이직’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정부의 슈퍼 BRT 구상은 이를 ‘골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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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BRT 기대효과, 하지만… = 이런 좋은 시스템을 접목한 우리 정부의 슈퍼 BRT는 기대효과가 뚜렷하다. ‘급행기준 평균 운행속도 35㎞/h(일반 25㎞/h)’ ‘출발ㆍ도착 일정 2분 이내’ 등이다. 여기에 건설ㆍ운영비가 훨씬 적게 들고 교통약자인 노약자ㆍ장애인ㆍ임산부 등이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고 이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슈퍼 BRT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느냐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고급 BRT가 효율적인 교통수단이긴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게 아니다. 부산에서 운영 중인 BRT는 기존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었고, 대전 BRT는 개통한 뒤 전용차로가 단축되기도 했다. 광주 수완지구에 있던 버스전용차로는 폐지 수순을 밟았다. 구축을 해놓고도 운영의지가 뒤따르지 않으면 시민들로부터 빈축만 사게 될 공산이 크다.”

특히 BRT는 차가 있는 시민들에겐 민감한 이슈다. 정부가 구상 중인 슈퍼 BRT는 더욱 그렇다. 당장 전체 교통흐름이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버스전용차로의 경우, 도로 차선 하나를 별도로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교통 혼잡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교차로에서 BRT 버스에 신호를 먼저 내주는 체계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일반차량의 대기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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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도시철도 대체할 수 있나

온갖 진통을 이겨내고 슈퍼 BRT가 계획대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교통대책의 핵심 목적인 ‘서울 접근성’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서울 노선까지 슈퍼 BRT가 연결돼야 하는데, 이미 도로설비가 빽빽한 서울은 그런 인프라를 설치할 여유가 없어서다. 결국 서울까지 닿기 위해선 ‘신도시에서 BRT 출발→서울 외곽 하차→타 교통 환승→서울 도심 진입’이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청라신도시와 서울시 가양동을 잇는 청라 BRT는 벌써 이런 논란을 겪고 있다. 청라 BRT 버스는 인천 지역에선 줄곧 전용차로를 달리다가 화곡동에 진입함과 동시엔 일반 가변차로로 전환된다. 이때부턴 일반 버스와 다를 바 없이 도심의 극심한 교통정체를 겪는다.

1ㆍ2기 신도시의 불만이 컸던 이유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이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지옥의 출근길’을 다녀야 했다는 점이다. 슈퍼 BRT 역시 같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의 박용남 소장은 “글로벌 도시들이 BRT를 구축하려 했던 이유는 교통망 개선이 아닌 대중교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려 했다는 점을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저비용ㆍ고효율의 교통수단이란 이유로 예산을 깎거나 설비 구축에만 급급해 치밀한 전략 없이 BRT를 구축한다면 일반 광역버스와 다를 바가 없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슈퍼 BRT, 차선을 이탈해선 안 된다.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청라 BRT 7700번 타보니…

BRT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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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차로를 내달렸다. 고급스러운 정류장에도 이 버스만 정차할 수 있었다. 청라국제도시에서 운영 중인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버스 7700번은 위용을 뽐냈다. 하지만 청라를 벗어날 무렵부터 멋들어진 위용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종점인 서울 가양역에 도착할 때까지 숱하게 많은 정체를 겪었다. 서울에서 청라 BRT는 ‘값만 비싼 버스’에 불과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BRT 버스 7700번을 직접 타봤다. 

“기점 인근에서 타면 출근시간에도 앉아서 갈 수 있습니다. 사람 많은 인천 지하철 2호선보다 편하긴 하겠죠. 그렇다면 청라 BRT가 혁신교통이냐고요? 글쎄요, 광역버스와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직접 타보면 알겁니다.”

얼마 전 결혼을 앞두고 청라국제신도시에 신혼집을 마련한 후배의 설명이었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는 ‘도로 위 지하철’로 불리는 교통시스템이다. ‘버스전용차로’ ‘편리한 환승시설’ ‘교차로 우선통행’ 등을 도입해 버스의 정시성과 통행속도를 끌어올리는 게 목적이다. 건설비가 저렴하고 공사기간이 짧아 혁신 교통으로 꼽힌다. 해외 여러 도시에선 그 효과가 입증됐다. 

이 시스템은 말 많고 탈 많은 3기 신도시 교통대책에도 포함됐다. 정부가 정한 사업명은 ‘슈퍼 BRT’다. 기존 국내 BRT보다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국내 BRT는 대부분 버스전용차로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앞으론 진짜 지하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 BRT를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내 BRT 시설이 미흡하다는 얘기인데, 청라국제도시 역시 그 질 낮은 BRT를 운영 중인 지자체 중 하나다. 그렇다면 기존 BRT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아울러 슈퍼 BRT를 도입하면 정말 버스가 지하철처럼 빨라질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 취재팀은 1월 29일 아침 7시 50분, 청라국제신도시의 랜드마크인 청라호수공원 인근에 있는 ‘청라중앙호수공원입구(서울 방향)’ 정류장에서 르포를 시작했다. 

정류장은 10개의 차선이 놓인 청중로 중앙에 섬처럼 놓여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야 정류장에 닿을 수 있었고, 그 안엔 열댓명의 시민이 있었다. 비를 막고 햇빛을 가릴 수 있는 반개방형 구조물 두개가 연달아 설치될 정도로 넓은 공간이라서 그런지 한산하단 느낌까지 들었다. “정류장 앞뒤로 4개의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고, 평일 출근시간인데 사람이 너무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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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 벽면에 붙은 노선표를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류장에 승객의 노선은 ‘7700번’과 ‘701번’ 두 개뿐이었다. 이중 701번은 청라국제도시 내부를 도는 버스였다. 서울에 진입하는 버스는 한대로, 청라국제도시 내 로봇랜드와 서울 9호선 가양역을 잇는 7700번이다. 이 노선이 바로 청라국제도시 교통난 해소를 위해 2013년 야심차게 시동을 건 ‘청라 BRT’다. 

황량했던 BRT 정류장

널찍한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가 두 대뿐인 건 이 정류장이 BRT 전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청라 BRT 노선은 7700번뿐이니, 사실상 이 버스를 위한 정류장인 셈이다. 7700번의 총 운행거리 39.6㎞ 놓인 18개 정류장이 모두 ‘BRT 전용’이다. 청라지역 정류장에서만 내부교통망인 701번ㆍ702번이 예외적으로 정차할 뿐이었다. 다른 지선버스나 마을버스의 정류장은 모두 가로변에 놓여있었다. 

이번엔 배차시간을 봤다. 평상시엔 15분 간격이지만 아침 7시엔 8분 간격으로 촘촘했다. 시간표에 따르면 기점 출발시간은 7시 52분. ‘청라중앙호수공원입구’ 정류장이 기점과 불과 2정거장 떨어져있으니 곧 승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8시 정각을 넘기자 7700번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외관은 광역버스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버스 옆면에 ‘BRT’를 새긴 점은 눈에 띄었다. 요금은 교통카드 기준 2200원(현금 2500원). 경기도 광역버스 요금(교통카드 기준 2800원)보단 저렴했지만, 일반 시내버스(교통카드 기준 1450원)보단 비쌌다. 

기점과 맞닿은 정류장이라서 그런지 빈자리는 넉넉했다. 직선거리 650m 떨어진 다음 정류장인 ‘청라중봉대로’로 주행하는 동안 도로에 새겨진 흥미로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BRT 전용도로.’ 다시 말해, 이 도로는 7700번만 다닐 수 있다는 소리다. ‘노선지정 버스’ ‘마을버스’ ‘어린이 통학버스’ 등 온갖 차종이 진입해 정체를 일으키는 서울의 버스전용차로와는 달랐다. 

그렇다고 교통지옥인 상황에서 7700번만 고고하게 내달렸던 건 아니다. 출근시간임에도 5차선 대로변 덕분인지 일반차로에선 지ㆍ정체가 없었다. 그제야 후배가 “수도권 광역버스와 다를 게 없다”고 말한 의미를 알아차렸다. 수도권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대부분은 전용차로가 없더라도 수도권 구간에선 정체를 겪는 일이 많지 않아서다. 교통량이 서울보단 여유로운 까닭이다. 

BRT라고 속도가 빠르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신호등도 일반차로와 동일하게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옆차가 빨간불에 멈출 땐, 버스도 멈췄다. 청라국제도시를 빠져나가 작전역에 다다를 때쯤 40여석의 좌석이 꽉 찼다. 이후 인천 봉오대로에 놓인 뻥 뚫린 전용차로를 누비며 BRT 버스는 수월하게 달렸다. 시계를 보니 8시 35분. 종종 신호에 걸리긴 했지만, 종점인 가양역까진 2정거장만 남았다. 9시 전에 닿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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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T 전용도로 없는 서울구간

하지만 이게 웬걸. 서울 화곡로에 들어서자마자 청색의 BRT 전용도로가 끊겼다. 화곡로는 주차장이나 다름없었다. 진출입로마다 차량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다. “빵빵! 빵!” 곳곳에서 짜증스러운 경적소리가 났다. 앞 신호가 두차례나 바뀔 때까지 버스는 멈춰서 있어야 했다. 전용차로가 없는 BRT는 순식간에 일반 시내버스로 전락했다. 

청라신도시 관계자는 “당초 시가 예상했던 종점 소요시간은 40여분이었는데, 서울구간 정체 때문에 1시간 이상을 예상해야 한다”면서 “가양동이 서울의 중심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인천 지하철 2호선을 타는 게 속도나 정시성 면에선 안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점인 가양역엔 9시 10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3기 신도시에 구축될 슈퍼 BRT 역시 ‘서울 진입’이 관건인데,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질 않는다. “지하철 프리미엄은 있어도 BRT 프리미엄은 없다. 시민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교통수단은 아니라는 얘기다.” 슈퍼 BRT를 깎아내렸던 청라호수공원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야속하지만 정답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