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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내가 본 집이 아닌데”

모델하우스와 다른 집 논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과 사업주체(시행사·시공사)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떤 물건이든 구매 이후 소비자의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아파트는 더 특별하다. 모델하우스가 있긴 하지만 제품을 정확히 보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다. 이런 위험성을 어디까지 감안하고 집을 사야 하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모델하우스와 다른 집 논란을 취재했다. 

기획·취재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제작=영상제작소 Video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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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국내 아파트 시장은 ‘선분양 체제’다. 사업자는 돈을 빌리거나 자기자본으로 토지를 마련하고 입주희망자를 모은 다음, 그들이 낸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아파트를 만든다. 이런 ‘선분양 체제’에서 내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들은 ‘모델하우스’에 기댈 수밖에 없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집을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라서다.

하지만 현실과 꿈은 다를 때가 많다. 경기 하남에서 입주를 시작한 A아파트의 예를 들어보자. 이 아파트 단지의 중앙엔 ‘공조시설’이 들어서 있다. 모델하우스 땐 ‘녹지’였던 곳이었다. 당연히 ‘미관을 해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뿐이었다. 입주예정자의 불만에도 이미 만들어진 설비를 제거하거나 변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델하우스에서 이런 위험을 미리 알 수는 없을까. 모델하우스를 만든 시행사들은 일반적으로 “계획과 준공 이후 현실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모델하우스에 있는 아파트 단지 모형에도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 문구가 기본으로 붙어있다. 아파트 내부를 구현한 ‘유닛’ 역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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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외부 환경도 마찬가지다. 모델하우스의 한편에 붙은 지역도엔 통상 ‘도로나 지하철이 새로 개통된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 학교나 문화시설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잘 보면 여기에도 단서조항이 달려있다. “인허가권자인 지자체나 정부 시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시행사 및 시공사와는 무관하다.

 

그렇다면 모델하우스에서 설명한 내용과 다르게 시행사나 시공사가 단지 설계를 바꿀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서울에서 최근 분양한 200세대 규모의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를 확인해 보자.

 

“… 단지 내부에 전력·통신 인입을 위한 시설물, 전력·통신 맨홀 등이 설치될 수 있으며 시설물 위치는 한국전력공사, 기간통신사업자와의 협의에 따라 변경될 수 있고 이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시설물 위치가 변경돼 아파트 내부풍경이 달라지더라도 입주예정자가 이를 막거나 바꿀 수 없다고 공지한 셈이다. 조금 더 큰 단지는 어떨까. 이번엔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를 보자. 여기에도 단지 내 설비 위치와 관련한 내용이 적혀 있다. “… 냉각탑, 각종 설비 관련 장비와 시설 설치 위치는 아파트 계약자와 무관하게 설계가 변경될 수 있다….”

이런 내용이 입주자모집공고에 적시돼 있다면 녹지로 계획됐던 곳에 공조시설이 들어오더라도 시행사 또는 시공사가 계약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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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입주자모집공고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문구가 있다면 입주예정자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주택법은 설계 변경을 할 때는 입주예정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고지 의무도 있다. 입주자모집공고를 한 이후 사업계획을 변경하려면 입주예정자의 80% 동의가 필요하고, 변경된 후에는 14일 내에 문서로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문제는 입주예정자가 변경 통보를 받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안전상 이유로 설비가 옮겨진다면 이전을 막기 어렵다. 대체 이전 부지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주택법에 ‘계획 변경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예외 조항도 수두룩하다. 설치 기준 이상으로 부대시설을 확대하는 건 사업주체 마음대로 하면 된다. 굴뚝·저수조·오물처리설비 등도 위치를 맘대로 변경할 수 있다. 계획 변경을 허가받을 필요가 없으니, 입주예정자들에게 고지하는 것도 의무가 아니다.

이미 청약의 기회를 사용한 데다 대출 문제까지 얽혀있는 입주예정자들은 설계가 변경된 아파트를 인정하거나 시행사나 시공사가 문제 되는 부분을 바꿀 때까지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 두 방식 모두 어렵다면 분양을 받은 이후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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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계는 선분양 체제의 특징에서 온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돼 있는 데다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 상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을 시시각각 체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입주예정자가 건설 현장에 방문하는 게 가능한 시점은 사전입주행사가 시작되는 때다. 어느 정도 공정이 진행된 이후에야 단지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건데, 이마저도 각 세대의 하자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수욱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완제품을 비교하지 못하고 선택의 여지 없이 분양 대금을 미리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 선분양의 단점”이라며 “건설공정별로 도급구조가 복잡하고 분양하는 시점의 사업 주체와 하자보수의 주체가 달라진다는 점도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불명확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선분양 체제를 후분양 위주로 재편하거나 공사기간 입주예정자들이 건설 현장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모델하우스와 다른 집’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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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