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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영업자

소리 없는 절규

지난 8월 16일 정부는 서울과 경기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극심해진 데 따른 조치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3일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자, 이번엔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다시 한 번 상향조정했다.

 

문제는 잇따른 강화 지침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취약계층인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할 만한 이렇다 할 대책도 마련되고 있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기획‧취재=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기획‧취재=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제작=영상제작소 Video B

 [사진=뉴시스]

지난 8월 16일 정부는 서울과 경기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극심해진 데 따른 조치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3일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자, 이번엔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다시 한 번 상향조정했다.

문제는 잇따른 강화 지침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취약계층인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할 만한 이렇다 할 대책도 마련되고 있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 8월 20일, 수백여 기업이 입주해 있는 영등포구 소재 한 산업단지. 점심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 분주해야 할 지하식당가가 한적하다. 군데군데 불이 꺼져 있어 쓸쓸한 기운마저 감돈다. 문이 굳게 닫힌 어느 식당의 입구엔 다음과 같은 알림문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금일 영업을 중단합니다.”

서울과 경기지역에선 8월 1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기존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됐다. 전날 열린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았다. 30~40명대에 머물러 있던 일일 확진자 수가 8월 13일 100명대를 훌쩍 넘겼다. 

이튿날엔 166명, 15일엔 279명으로 치솟았다. 거리두기 2단계 조정은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실내에선 50인 이상, 실외에선 10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됐다. 고위험시설로 분류되는 12종에 해당하는 사업장도 문을 닫았다. 

12종의 고위험시설엔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집단운동 ▲뷔페 ▲PC방 ▲직접판매홍보관 ▲300인 이상 학원이 포함돼 있다. 앞서 말한 산업단지 내 지하식당가에 일부 식당들이 영업을 중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고 : 정부의 지침에 따라 8월 30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2.5단계로 상향조정됐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형 카페에선 포장ㆍ배달만 가능하고, 음식점도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까지는 포장ㆍ배달만 가능하다. 본 기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기 전인 8월 28일 작성됐다.] 

문제는 거리두기 2단계 발동에 따른 경제적 피해다. 이 피해는 한국 경제의 밑단을 받치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영업중단 처분을 받은 곳 가운데 “당장 영업을 못하면 생계가 막막하다”며 근심에 빠진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 

서울시 종로구에서 뷔페를 운영하다 정부 지침 이후 영업을 중단한 김영근(가명ㆍ53)씨도 그중 하나다. 그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일이라지만 밥줄이 끊긴 입장에선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마저 막히면 수입이 전혀 없어 매우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밥벌이가 끊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비용 문제다. 들어오는 돈이 끊겼다고 나갈 돈마저 끊기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김씨의 경우 재료비를 제외하고 임대료ㆍ인건비ㆍ관리비ㆍ세금 등으로 나가는 돈만 월 3000만원이다. 쉬지 않고 하루에 100만원씩 마진을 남겨야 겨우 본전을 챙길 수 있다. 

일주일간 문을 닫으면 하루 130만원, 보름을 닫으면 하루 200만원의 이익을 내야 한다. 문을 닫기 전 김씨가 하루에 올린 매출은 180만~220만원꼴이다. 영업을 중단한 지 벌써 2주일가량 됐으니 이번 달 수입은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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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편이 은퇴한 이후 사실상 가장 역할을 맡고 있는 방문판매사업자 정미경(가명ㆍ62)씨도 최근 한숨이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 손발이 꽁꽁 묶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판사업이 요주의 대상으로 떠올랐는데, 이번에 직접판매홍보관까지 출입이 막혔다.

정씨는 “코로나 때문에 고객들이 집으로 오는 걸 꺼리니까 회사에 있는 쇼룸(직접판매홍보관)에서 미팅을 했는데, 구청에서 집합하지 말라며 경고를 줬다”면서 “출근도 못하고 손님 응대도 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자영업자의 수입이 없어진 건 큰 문제다. 하지만 그들이 시름에 빠진 게 그 때문만은 아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지침에 더 힘이 빠진다”고 한탄하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영등포구에 있는 산업단지 내 지하식당가에서 한식뷔페를 운영 중인 박수진(가명ㆍ48)씨의 한탄을 들어보자. “2주만 영업을 중단하면 된다고 했던 구청 직원이 5일 만에 ‘정해진 기간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한번은 음식을 모두 준비해놓고 장사를 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박씨에 따르면 구청은 처음에 “1회용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한자리 건너 한자리씩 앉히면 (뷔페도) 영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박씨가 영업 준비를 마치자, 돌연 “그렇게 해도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어쩔 수 없이 박씨는 준비했던 음식을 모두 폐기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뷔페는 금지했지만 ‘셀프바’나 ‘샐러드바’는 규제하지 않았다. 박씨는 “뷔페와 셀프바 모두 손님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 먹는다는 점에선 다를 게 없는데, 뷔페는 금지하고 셀프바는 허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구청마다 하는 말이 다르고 기준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업종을 바꾸면 될 게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실제로 서울시청 측도 ‘업체가 직접 음식을 서빙하면 괜찮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뷔페를 직원이 서빙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면 도구를 바꿔야 하고, 홀서빙 인력도 충원해야 한다. 코로나19 정국이 어떻게 바뀔지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위험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 밥줄이 끊긴 건 자영업자들만이 아니다. 고위험시설뿐만 아니라 공연장ㆍ예식장 등 영업에 차질이 생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노동자가 일거리를 잃었다. 정규직 노동자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휴직기간 임금의 일부를 받거나, 영업이 재개된 뒤 복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용직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됐다. 

이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다시 나쁜 변수가 될 수 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직원이 이탈하는 것도 자영업자 입장에선 큰 손실이라서다. 자영업자 김영근씨는 “직원들도 오래 쉬는 건 큰 부담이기 때문에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새로운 사람을 뽑아 다시 호흡을 맞추는 것도 버겁고,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무작정 기다려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처음엔 무급휴직을 생각했는데 지금은 임금의 50%라도 드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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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8월 26일엔 일일 확진자 수가 441명에 육박했다. 400명을 넘어선 건 지난 3월 7일 이후 처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여부가 논의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3단계에 돌입하면 1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고, 카페ㆍ멀티방ㆍ영화관ㆍ오락실 등 중위험시설도 영업이 중단된다. 

당연히 취약계층인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최악의 경우다. 더 많은 자영업자의 생계가 위협받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 그런데 웬일인지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3단계에 돌입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쏟아진다.

십수년째 노래방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이은숙(가명ㆍ65)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지원도 없고,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깎아주는 것도 아니다. 정부에선 무작정 협조하라고 한다. 2단계 격상 이후 일부 사업장이 문을 닫으니 남은 가게에 사람이 몰리면서 되레 더 위험해졌다. 차라리 3단계로 가는 게 속 편하다. 하루빨리 코로나 확산세를 진정시켜서 영업을 재개하는 게 더 낫다.”

아이러니하지만 한편으론 현실적인 말이다. 자영업자가 처한 현주소가 그만큼 힘들고 암울하다는 얘기라서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절규가 서글프게 들리는 이유다. 

방역이 먼저냐 지원이 먼저냐

취약계층 지원정책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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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하루 50명 내외를 유지했던 확진자는 8월 15일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8월 20일 하루에만 300명 선을 넘어섰고, 8월 27일 신규 확진자는 441명을 기록했다. 3월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8월 2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돌입했다.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서울시는 이보다 앞선 8월 19일부터 클럽·노래연습장·뷔페·PC방·유흥주점 등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12종의 영업을 무기한 중단했다.

시장에선 확진자 증가세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단계인 3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경제다. 사실상 봉쇄를 의미하는 ‘3단계’를 시행할 경우 경제가 위축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3단계 거리두기를 2주간 수도권에서 시행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소 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시행기간이 한달로 길어지면 연간 0.4%포인트 떨어지고, 전국으로 확대하면 0.8%포인트 이상 꺾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소상공인과 일용직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업무 특성상 코로나19가 확산하면 경제활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서다. 소상공인 지원정책과 2차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소상공인연합회는 8월 25일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급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부장은 “소상공인의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월 매출과 상관없이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정책 중 효과가 있었던 정책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와 부산시에서 지급했던 긴급경영안정자금”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주장처럼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문제는 그런 정책을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지원대상과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다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했다. 우선 금전 지원을 반대하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재정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은 어려워 보인다”며 “금전 지원의 효과가 큰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어려움은 알지만 국가에서 자영업을 하라고 권한 건 아니지 않은가”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들어선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도 “지금은 지원보다 방역에 집중할 때”라고 주장했다. 일시적인 효과를 노리기보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아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이란 거다. 실제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쳤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소상공인·전통시장 체감경기지수(기준선=100)를 살펴보면 4월 73.8이었던 지수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 88.3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6월 82.6으로 하락세를 타더니 7월엔 68.1로 떨어졌다. 5월 109.2로 치솟았던 전통시장 체감경기지수는 6월 79. 2를 기록한 후 7월엔 55.7로 하락했다.

김상봉 교수는 “지원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고, 지금은 3차 추경을 짜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 예산을 편성하는 건 일정상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하느냐의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며 “올해는 가용할 수 있는 추경을 모두 사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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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긴급재난지원금처럼 대규모 지원책이 어렵다면 선별적 지원책은 어떨까. 이 부분에서도 학자 간 의견차가 컸다. 신세돈 숙명여대(경제학) 명예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엔 찬성한다. 하지만 지급 방식에는 고민이 필요하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문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보지 않은 국민에게 지급됐다는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원칙은 피해를 입은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잘 사느냐 못 사느냐를 따질 필요 없이 피해 규모에 맞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맞다. 소상공인은 매출 감소분의 일부분을 지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반면 영세 소상공인과 일용직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매출 감소분이 아닌 대상에 집중하자는 거다. 소득이 적을수록 코로나19의 충격을 크게 받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을 살펴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8.0% 줄어들었지만 소득 5분위(상위 20%)의 감소폭은 4.0%에 그쳤다. 임시·일용직이 많은 저소득층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정책 지원이 특수 고용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코로나19 피해가 큰 업종의 소상공인에게 집중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 역시 “어떤 지원책이든 그건 생존 문제를 겪고 있는 취약계층에게 먼저 돌아가야 한다”면서 말을 이었다. “이런저런 선별 기준을 만들기 시작하면 지원이 늦어져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영업 중심의 취약업종과 직종을 중심으로 구분해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은 소비확대와 같은 경기부양이 아닌 구제정책이 필요할 때다.”

자영업계 침체,

결국 ‘비정규직’까지 갔구나


자영업계 붕괴와 나쁜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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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은 늘 아래서부터 울린다. 경기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밑단을 받치고 있는 영세 자영업계에서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붕괴 위기’ ‘살벌한 전쟁터’ ‘보릿고개’ 등 자영업자의 뒤에 암울한 꼬리표가 붙은 것도 오래됐다. 

수출ㆍ내수가 동반 침체하면서 경기가 더 위축된 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로 시장에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 탓이었다. 일부에선 “코로나 국면에서도 잘되는 곳은 잘된다”면서 자영업자의 앓는 소리로 치부했지만 ‘지표’가 말하는 자영업계의 냉정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8월 20일, 통계청은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통계는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데,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친 사실상 첫 ‘분기’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그럼 코로나 국면에서 자영업자의 소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참고 : 자영업자의 벌이 수준은 ‘사업소득’을 보면 알 수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은 확실히 컸다. 지난 2분기 전체 가구(전국 2인 이상 비농림어가 기준)의 사업소득은 월평균 94만1926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4.6% 줄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충격은 확실히 컸다. 지난 2분기 전체 가구(전국 2인 이상 비농림어가 기준)의 사업소득은 월평균 94만1926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4.6% 줄었다. 

무엇보다 소득 1~5분위 가운데 2분위를 제외하곤 모든 분위에서 사업소득이 감소세를 그렸다. 4개 분위 이상 사업소득이 감소율을 보인 건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참고 : 소득 5분위는 소득 수준에 따른 분류 방법이다. 1분위는 하위 20%, 5분위는 상위 20% 계층을 말한다.] 

이번엔 전체 가구에서 자영업자가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근로자외 가구만 놓고 보자. 이들 가구에서 사업소득의 감소는 치명적이다. 한 집안의 생계가 휘청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코로나19는 근로자외 가구를 비껴가지 않았다. 지난 2분기 근로자외 가구의 전년 동기 대비 사업소득 감소율은 8.8%로,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 감소율보다 두배가량 높았다. 특히 1분위부터 5분위까지 모든 분위의 사업소득이 감소했다. 

문제는 소득 수준이 낮은 1~2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 감소폭이 더 가팔랐다는 점이다. 1분위 근로자외 가구는 19.5%로 감소율이 가장 높았고, 2분위(12.5%)도 두번째로 감소폭이 컸다. 5분위 사업소득 감소율은 7.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더 심각한 건 자영업계의 위기가 불러올 무서운 나비효과다. 자영업계의 위기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임금노동자에게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를 입증하는 통계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3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비용 부담을 느끼는 요인은 임대료, 인건비 순이다. 

 

하지만 임대료는 자영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가장 먼저 줄이는 이유다. 이런 경향은 2분기 가계동향조사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좀처럼 감소세를 띠지 않는 전체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2분기 -5.3%를 기록했다. 2009년 3분기 이후 무려 43분기 만의 ‘마이너스’다.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일수록 근로소득 감소폭이 컸다. 

1ㆍ2분위의 근로소득은 각각 18.0%, 12.8% 줄었고, 3분위는 4.3%, 4ㆍ5분위는 2.9%, 4.0% 고꾸라졌다. 임금노동자가 생계를 책임지는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 증감률도 1ㆍ2분위는 -4.1%, -3.7%, 4ㆍ5분위는 0.2%, -1.5%를 기록했다.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도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영업계가 무너지면서 길거리로 내몰리는 노동자가 숱하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원을 두고 있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5만2000명이 줄었고, 반면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24만3000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총 26만2000명에 달했다. 

노동자 역시 가장 밑단에 있는 이들부터 일자리를 잃었다. 임시직 노동자와 일용직 노동자는 각각 49만9000명, 14만5000명 감소한 반면 상용직 노동자는 되레 38만1000명 증가했다. 여기까지도 심각한데 더 우려되는 건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앞에 놓인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3분기엔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8월 23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된 데 이어 30일엔 수도권에서 2.5단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전국의 고위험시설과 수도권 내 프랜차이즈형 카페ㆍ음식점의 이용이 제한됐는데, 여기엔 많은 영세 자영업자가 포진해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3단계까지 격상하면 중위험시설의 영업이 완전 중단될 수도 있다.

영업중단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들에게 ‘코로나19 장기화 전망’을 물어본 결과, 소상공인의 48.5%가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벌써 5개월여가 지났다. 코로나19의 기세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기가 자영업계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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